《우리의 다음》
전시작가 : 변우리, 이의석, 정혜린, 허창범
전시일정 : 2021. 12. 05 ~ 2022. 01. 31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9:00
협업공간_한치각(Art Space Hanchigak)
경기도 평택시 중앙시장로 11번길 9-2
https://hanchigak.tistory.com
기획 : 이생강
주최 :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경기에코뮤지엄
주관 : BS컨텐츠, 협업공간_한치각
우리의 다음,
이생강
[협업공간_한치각]이 위치한 평택시 신장동이다. 신장동은 평택시 중에서도 미공군(k-55)이 주둔해 있는 곳이다. 원래 이곳의 명칭은 ‘송탄’인데, 송탄이 기지촌으로 유명해서인지 이제는 이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어느 순간 신장동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전형적인 기지촌의 특색이 어디 갈까. 전국에 흩어져 있던 미군은 평택으로 모여들었고, 거리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다닌다. 신장동은 경기도 내륙의 깊은 곳에 있지만, 대한민국 어느 곳 보다도 세계정서에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협업공간_한치각]은 2020년 번개가 치듯이, 신장동에 문을 열었다. 신장동이 그냥 재미있어서,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도 지 멋대로 라서, 눈치 안 봐도 되서 그렇게 예술가들의 협업을 꿈꾸며 공간을 만들었다. 조물주가 이 땅을 세웠다고 해도 바벨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길 수 없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발붙이고 있는 이 땅이 궁금해졌다. 지금-여기 이 땅의 모습이 왜 이렇게 생긴 것이지. 내 앞의 그/녀는 왜 여기에 서 있는 것인지, 왜 우리는 이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졌다. 이 땅의 역사를 추적하고 싶어졌다.
예전 송탄, 지금 신장동의 기억을 추적하고 기록하기로 했다. 지금의 이 땅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청년작가-변우리, 이의석, 정혜린, 허창범-를 만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다. 바로 추적과 탐사를 나갈 수는 없는 법.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지금 어디인지를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번 <우리의 다음,>은 도시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청년작가인 그들의 지금을 점검하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무엇을 고민하면서 우리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전시이다.
변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주목하고, 화려한 드로잉으로 풀어낸다. 이의석은 도시에서 발견하는 이미지를 단서로 의미의 추적을 시작한다. 정혜린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연작 드로잉을 진행하면서, 그녀의 방을 구축한다. 허창범은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4명의 작가는 공통의 범주로 묶이지 않는다. 그저 다름을 드러낸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여기서 시작한다. 이 다름을 전시로 시각화하고 기록한다. 이 후 진행될 도시 기록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결과물을 통해서 우리 다음의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도시 기록 프로젝트가 남아있는 사람이, 그리고 다음을 살아낼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변우리 작가노트
불안의 찌꺼기는 마음속을 자유롭게 유영하지 못한다.
가끔 자신 속으로 침잠할 여유가 허락될 때, 직접 다가가 잠시 달래주도록 한다.
말을 걸면 소란스러우면서도 결국 말은 없이 이 덩어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몸을 가벼이 하고 유영에 몸을 맡겨 흘러가고야 마는 것이다.
이의석 작가노트
평소 목적지를 향해 무념의 자세로 걷다 보면 이상할 것 없이 조화로워 보이는 도심이다.
그러다 문득 정처없이 걷다 보면 언뜻 조화롭지 못해 보일 때가 있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 새로 세워진 건물과 무너질 것 같은 건물.
노후 된 것들과 새롭게 개발되는 것들,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것들이 섞여있다.
당연한 순리 인 양 받아들여지긴 하면서도 가면 보면 영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다.
조화로운 듯 조화롭지 않은 이 조화 속에는 수많은 사람의 감정(욕망, 욕구)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듯 하다.
깔끔한 건물 외관과 달리 텅 빈 공간 유리창에 빈틈없이 붙여져 있는 형형색색의 임대 광고 현수막들.
낡고 오래된 타일 건물 위, 선명하고도 애잔하게 붉게 빛나고 있는 유흥업소 간판들.
무언가를 기원하는 듯 오방천 마냥 가로수에 걸려있는 수많은 만국기들.
이러한 생경한 풍경들을 담아 ‘무너지고 것’들이 다시 세워지기 전에 기념비를 ‘세워서’ 기념해보고자 한다.
정혜린 작가노트
최근까지 과거를 회상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저에게 과거는 그리 유쾌한 기억이 아닙니다.
부모님의 잦은 싸움으로 인해 암울했던 기억들뿐입니다.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나버려 그 날들의 기억은 흐릿합니다.
다만 충격적인 장면들과, 공포에 떨던 동생들의 표정, 그리고 불쾌한 감정만 선명하게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과거를 떠올릴 때면 늘 생각이나 감정들이 모이지 않고 흩어집니다.
뿔뿔이 흩어진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하얀 종이 위에 배설합니다.
정리된 결과물을 볼 때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바글바글 머리 속에서 잡히지 않던 몽마를 한마리 포획해 종이 안에 가두었다!
이 드로잉 작업은 그림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기에 쓰여진 글은 ('나'를 포함) 그 누구도 읽을 수 없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겹쳐쓰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간중간 겹쳐지지 않은 단어나 문장, 그려진 그림을 통해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게 작업하였습니다.
이는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는 마음과 누구든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의 교차입니다.
- 늘 가족들과 한 공간을 나눠썼기에 '너'의 사생활 같은 것은 그 곳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너'의 일기는 누구나 읽을 수 있었다.
사춘기 소녀는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글자를 겹쳐 쓰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빈 종이에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먼저였다.
아무도 못봤으면 좋겠어.
심지어 그게 나라도 괜찮으니. -
허창범 작가노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존재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양한 계기로 존재들이 끊임없이 생성되며, 상호작용하고, 소멸함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존재들이 결과로써 존재한 것이 아니라, 과정으로써 존재하고 있다.
과정으로써의 존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 생성과 소멸의 중계에서
또 다른 존재들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영향받는다.
우리는 세계에 생성되고 소멸해가는 과정 속에서 이미 생성된 어떤 것들과
사라져가는 어떤 것들을 과정 속에서 경험하며 살아간다.
즉 우리는 ‘과거’에서 비롯하여 ‘현재’에 존재하며 ‘미래’로 천천히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의미는 ‘지금 이 순간’이다.
하지만 현재는 인식하는 순간에 과거로 치환되며 정확하게 현재를 포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즉 현재는 그 단어가 가지는 의미로 인해 피상적인 것이 되며, 포착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된다.
이렇다면, 앞선 명제에서의 현재는 포착 불가능한 순간이며,
과거에서 미래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피상적인 어떤 순간에 존재했었고(과거),
아마도 존재할 것(미래) 사이의 것이 된다. 현재는 그럴싸한 개념이다.
나는 이것을 그럴싸한 현재. 즉 ‘가상현재(Specious Present)'라 칭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가상현재에 존재하는 존재들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피상적인 것이다.
즉 존재란 그것의 한가운데에, 계기들 사이의 중계에, 그리고 다음 계기의 생성에 의해 하나의 대상으로 여겨질 뿐이다.
존재하는 사유와 사물, 주체와 대상은 분리된 존재나 실체가 아니다.
세계는 가상현재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자립적이다.
세계는 생성과 소멸의 반복 안에서 계속해서 잠재적 존재들을 파생할 뿐이며, 그곳에는 어떠한 대립이나 모순도 없다.
그것을 분리하는 것 또한 가상현재에 존재하고 있는 대상들이지만, 이 또한 모멘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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